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싸리 울타리에 나즉히 핀
박꽃에 옮겨나는 박호의 그림자
이윽고 숨어들고
희미한 달그림자에 어른거리던 박주의 긴 나래
뽕밭 너머로 사라질 때
할아버지여 지금도 마당에 내려앉아
고요히 모깃불을 피우시나이까
늦은 병아리 장독대에 삐악거리고
이른 마실 떠나는 소몰이꾼이
또랑길을 재촉할 때
곤히 잠들은 조카의 머리맡에
돌아앉아
할머니여 오늘 아침에도
이빠진 얼게로 조용히
하이햔 머리를 빗으시나이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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